토함산 기슭의 정기 타고나 순박함으로 가득찬 `장항 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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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작성일20-08-30 18:59본문
↑↑ 장항2리 전경.
[경북신문=김영식기자] 장항2리는 2016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마을의 역사도 한수원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한수원의 영향이 매우 크다. 장항2리 전체 농지의 약 50%가 한수원 부지로 수용되고 나서 농가도 줄어들었다.
장항2리는 108가구에 21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재동, 산태밑, 논골, 탑정, 토함산 등 5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주민의 약 5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수원이 들어서기 전에는 80%가 농사 지으며 살았지만 절반의 농토가 한수원 부지에 편입되면서 농민의 수도 줄었다. 주민 중 상당수는 한수원 직원으로 취업해 살아가고 있다.
↑↑ 장항2리 최고령자인 김철 할아버지가 부인 이후선 할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장항2리의 마을살림은 요족하다. 임천택 이장은 "새마을사업이 한창이던 때부터 마을 어른들이 시의 새마을사업에 참여해 마을 기금을 축적했고 현재까지 그 전통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마을살림을 불려놔서 양북면에서도 가장 든든한 마을재정을 자랑하고 있다"며 "그러나 특별히 대농이 없어 개인의 살림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 장항2리를 이끌어 가는 마을 임원들인 김관림 청년회 부회장, 임천택 이장, 이오용 새마을지도자, 김홍억 청년회 총무, 임언택 노인회 총무(왼쪽부터)가 마을쉼터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장항2리에는 국보 236호인 장항리사지5층석탑이 있다. 장항리사지는 토함산 동쪽의 한 능선이 끝나는 기슭에 마련된 절터로 절의 이름은 정확히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마을 이름을 따서 장항리사지라고 부른다. 이 곳에는 현재 금당터를 중심으로 동탑과 서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1923년 도굴범에 의해 붕괴된 것을 1932년에 복원이 가능한 서탑만을 새로 복원했다. 동탑은 1층 탑신(塔身)과 5층까지의 지붕돌만 남아있으나, 서탑은 약간 소실된 것을 빼고는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전체 비례가 아름답고 조각수법도 우수한 8세기의 걸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임 이장은 "장항리사지5층석탑은 마을의 중요한 문화재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라며 "토함산의 풍력발전단지에 조성 중인 수목경관숲이 완성되면 토함산자연휴양림과 함께 연계관광지로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장항2리의 대표적인 관광시설인 경주허브랜드를 운영하는 이국희, 이미란 부부.
그러나 장항리사지5층석탑은 국보이면서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절터로 접근하는 나무계단이 썩어 위험에 노출돼 있고 주차장에서 절터까지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주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임천택 이장은 "주민들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직 시골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주민단합이 잘 되고 있어 다툼이 거의 없는 것은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항2리는 석굴암과 불국사 주변 마을이 대부분 국립공원지역인데 반해 보존녹지여서 앞으로 개발여건이 열려 있다는 것이 주민들은 미래의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존녹지가 자연녹지로 완화된다면 한수원 관련기업의 유치가 가능해지고 한수원 가족들을 위한 문화·여가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국보 236호 장항사지 5층석탑.
임언택 노인회 총무는 "주변 마을과 달리 토함산 계곡을 끼고 있는 장항2리의 보존녹지가 동경주 발전을 위해 자연녹지로 풀린다면 마을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한수원 관련 인프라를 갖출 수만 있다면 장항2리의 발전은 획기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항2리의 유일한 상업시설이면서 인근도시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경주 허브랜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이국희(55)씨가 부인 이미란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는 약 180여종의 허브식물과 100여종의 일반식물이 전시돼 있다. 비수기인 겨울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많고 봄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이 줄었다.
이국희씨는 "앞으로 더 섬세하게 구성해 재배면적도 넓혀서 마을의 대표 볼거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토함산 기슭의 관광 인프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허브랜드도 덩달아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항2리의 최고령자는 김철(98) 할아버지다. 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2남4녀를 낳아 잘 길렀다"며 "울산에 사는 장남이 73살의 나이에도 자기일이 바쁜데 늙은 부모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은 토함산 기슭에 있어 예로부터 그 정기를 타고나 마을사람들이 모두 순박하고 장수한다"며 "지금도 마을의 젊은이들이 늙은이를 마치 자기 부모처럼 잘 모시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장항2리 자매부서인 제3발전소 안전부 직원들이 마을 환경정화 활동을 마치고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장항2리의 월성원전 자매부서는 제3발전소 안전부다. 조재관 과장은 "장항2리는 한수원 본사가 위치한 마을이기 때문에 상생과 협력에 특별한 신경이 쓰인다"며 "주민들의 바람을 더 깊이 청취해 마을 발전을 위해 월성원전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7494929@naver.com
[경북신문=김영식기자] 장항2리는 2016년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마을의 역사도 한수원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한수원의 영향이 매우 크다. 장항2리 전체 농지의 약 50%가 한수원 부지로 수용되고 나서 농가도 줄어들었다.
장항2리는 108가구에 21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재동, 산태밑, 논골, 탑정, 토함산 등 5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주민의 약 5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수원이 들어서기 전에는 80%가 농사 지으며 살았지만 절반의 농토가 한수원 부지에 편입되면서 농민의 수도 줄었다. 주민 중 상당수는 한수원 직원으로 취업해 살아가고 있다.
↑↑ 장항2리 최고령자인 김철 할아버지가 부인 이후선 할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장항2리의 마을살림은 요족하다. 임천택 이장은 "새마을사업이 한창이던 때부터 마을 어른들이 시의 새마을사업에 참여해 마을 기금을 축적했고 현재까지 그 전통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마을살림을 불려놔서 양북면에서도 가장 든든한 마을재정을 자랑하고 있다"며 "그러나 특별히 대농이 없어 개인의 살림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 장항2리를 이끌어 가는 마을 임원들인 김관림 청년회 부회장, 임천택 이장, 이오용 새마을지도자, 김홍억 청년회 총무, 임언택 노인회 총무(왼쪽부터)가 마을쉼터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장항2리에는 국보 236호인 장항리사지5층석탑이 있다. 장항리사지는 토함산 동쪽의 한 능선이 끝나는 기슭에 마련된 절터로 절의 이름은 정확히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마을 이름을 따서 장항리사지라고 부른다. 이 곳에는 현재 금당터를 중심으로 동탑과 서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1923년 도굴범에 의해 붕괴된 것을 1932년에 복원이 가능한 서탑만을 새로 복원했다. 동탑은 1층 탑신(塔身)과 5층까지의 지붕돌만 남아있으나, 서탑은 약간 소실된 것을 빼고는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전체 비례가 아름답고 조각수법도 우수한 8세기의 걸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임 이장은 "장항리사지5층석탑은 마을의 중요한 문화재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라며 "토함산의 풍력발전단지에 조성 중인 수목경관숲이 완성되면 토함산자연휴양림과 함께 연계관광지로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장항2리의 대표적인 관광시설인 경주허브랜드를 운영하는 이국희, 이미란 부부.
그러나 장항리사지5층석탑은 국보이면서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절터로 접근하는 나무계단이 썩어 위험에 노출돼 있고 주차장에서 절터까지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주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임천택 이장은 "주민들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직 시골인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주민단합이 잘 되고 있어 다툼이 거의 없는 것은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항2리는 석굴암과 불국사 주변 마을이 대부분 국립공원지역인데 반해 보존녹지여서 앞으로 개발여건이 열려 있다는 것이 주민들은 미래의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존녹지가 자연녹지로 완화된다면 한수원 관련기업의 유치가 가능해지고 한수원 가족들을 위한 문화·여가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국보 236호 장항사지 5층석탑.
임언택 노인회 총무는 "주변 마을과 달리 토함산 계곡을 끼고 있는 장항2리의 보존녹지가 동경주 발전을 위해 자연녹지로 풀린다면 마을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한수원 관련 인프라를 갖출 수만 있다면 장항2리의 발전은 획기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항2리의 유일한 상업시설이면서 인근도시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경주 허브랜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이국희(55)씨가 부인 이미란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는 약 180여종의 허브식물과 100여종의 일반식물이 전시돼 있다. 비수기인 겨울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이 많고 봄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재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이 줄었다.
이국희씨는 "앞으로 더 섬세하게 구성해 재배면적도 넓혀서 마을의 대표 볼거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토함산 기슭의 관광 인프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허브랜드도 덩달아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항2리의 최고령자는 김철(98) 할아버지다. 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태어나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2남4녀를 낳아 잘 길렀다"며 "울산에 사는 장남이 73살의 나이에도 자기일이 바쁜데 늙은 부모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은 토함산 기슭에 있어 예로부터 그 정기를 타고나 마을사람들이 모두 순박하고 장수한다"며 "지금도 마을의 젊은이들이 늙은이를 마치 자기 부모처럼 잘 모시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장항2리 자매부서인 제3발전소 안전부 직원들이 마을 환경정화 활동을 마치고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장항2리의 월성원전 자매부서는 제3발전소 안전부다. 조재관 과장은 "장항2리는 한수원 본사가 위치한 마을이기 때문에 상생과 협력에 특별한 신경이 쓰인다"며 "주민들의 바람을 더 깊이 청취해 마을 발전을 위해 월성원전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식 74949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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